우리 몸의 장, 피부, 입, 코, 귀, 눈, 생식기 그리고 호흡기에는 약 100조 개의 세균이 존재합니다. 그 중 90%는 장 속에 있습니다. 장 속에는 무려 1000종의 세균이 살고 있습니다. 풍부한 영양과 적당한 온도가 항상 유지되기 때문에 세균이 살아가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입니다. 장내 세균은 장에 들어오는 음식물과 장의 분비액, 점액 등을 영양소로 활용해 수백 가지의 대사 물질을 만들어 냅니다. 장내 미생물이 변화하면 건강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면역력이 저하되어 감염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하기도 하고 알레르기성 질환과 자가면역질환이 유발될 수도 있습니다. 장을 비롯한 전신의 염증이 증가하고 비만, 동맥경화, 만성질환 등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며 노화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은 수면, 기분, 식욕, 통증에 대한 민감성 등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스트레스 반응과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습니다.
몸속 세균 중에는 건강을 해치는 나쁜 유해균도 존재하지만 몸에 이로운 유익균도 존재합니다. 가장 수가 많은 것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중간균입니다. 유익균보다 유해균이 많을 때는 설사와 변비가 잦거나 방귀 냄새가 독하고, 속이 더부룩하고 복부가 부풀어 오르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유해균을 모두 없앤다고 건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이상적인 장내세균의 비율은 유익균 25%, 유해균 15%, 중간균 60%이라고 합니다. 유익균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유해균을 억제하는 것인데, 유해균이 없으면 유익균도 활발하게 활동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장수하는 사람의 장에는 '락토바실러스', '락토코커스' 등의 장내세균이 보통 사람의 2~5배 발견된다고 합니다. 일본 장수의료연구센터는 장내 환경이 치매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해 의료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치매 환자는 장내에 '박테로이데스'라는 세균이 적었고, 치매 증상이 없을 경우에는 많은 경향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유익균은 유해균 및 바이러스, 기생충과 같은 외부 침입자에 대항하고 면역세포에게 신호를 보내 제역할을 하게 합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분비되는 코티솔, 아드레날린과 같은 호르몬을 억제하며 장내 세로토닌의 생성을 돕기도 합니다. 세로토닌은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로, 부족하면 우울증이 생기기 쉽습니다.
유해균이 많은 사람의 장 속에 단백질이 들어오면 유해균이 이를 분해하면서 여러가지 독소와 노폐물을 발생시킵니다. 특히 '인돌'과 '스카톨'은 혈액순환 기능을 떨어뜨리고, '페놀'과 '티라민'은 혈압을 상승시킵니다. 유해균 중 '푸소박테리움'은 궤양성대장염을 유발한 뒤 염증 부위의 세포를 암세포로 변환시킨다고 알려졌습니다. 아무리 음식을 적게 먹어도 살이 찌는 사람들은 '피르미쿠트', '엔테로박터'가 그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일명 뚱보균으로 불리는 '피르미쿠트', '엔테로박터'는 섭취한 칼로리를 지방으로 전환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유익균은 탄수화물과 식이섬유를, 유해균은 단백질과 지방을 먹이로 삼습니다. 유익균을 증식 시키려면 탄수화물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곡물과 채소 등을 먹도록 합니다. 장내 유익균은 식이섬유를 먹고 발효시키며 자라므로 가공하거나 도정하지 않은 통곡류와 채소, 과일, 콩류, 견과류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고식이섬유 식사는 비만, 심혈관질환, 암 발생 위험도 낮춰줍니다. 또한 이들 식품에 풍부한 폴리페놀은 건강한 대장균총의 생장을 돕고 장의 염증을 억제합니다. 천연 프로바이오틱스로 작용하는 요구르트, 발효유, 김치, 피클, 소금에 절인 양배추, 된장, 청국장 등 발효식품을 챙겨 먹거나, 프리바이오틱스와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면 장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육류 위주의 고단백·고지방식을 많이 하면 유해균이 늘어납니다. 스트레스도 장내세균 비율에 영향을 미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스트레스호르몬인 부신피질호르몬이 많이 분비됩니다. 부신피질호르몬은 소화관 운동과 소화액 분비를 방해해 유해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게 됩니다.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거나 폭식, 과식하는 습관을 버리고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를 멀리하면 장내 유익균이 증가하고 유해균은 감소하는 건강한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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