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가기가 너무나 고통스럽고 두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말 못할 통증 또는 출혈 때문인데, 그 고통은 안 겪어 본 사람은 모를 정도로 상상을 초월합니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엔 그 고통이 더욱 심해집니다. 배변 후 휴지에 피가 묻어나면 ‘혹시 큰 병이 아닐까?’하고 덜컥 두려움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직장암이나 대장암을 비롯해 여러 가지 질환을 의심할 수 있지만, 가장 흔한 원인은 치질입니다.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질환 치질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흔히 말하는 치질은 항문에 생기는 치핵을 비롯한 치루, 치열, 항문소양증, 탈항, 농양 등 모든 항문 질환을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특히, 치질과 치핵에 대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치핵은 항문관내의 조직이 덩어리처럼 붓고, 튀어나오며, 출혈과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치핵의 증상이 나타나면 치질이 걸렸다고 말하지만, 이 같은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의 정확한 의학용어는 치핵(hemorrhoid)이 맞습니다. 한자어로는 ‘항문의 질병’을 말하는 ‘치(痔)’와 ‘덩어리’를 뜻하는 ‘핵(核)’으로 쉽게 말하면 항문에 덩어리가 생긴 질환을 의미합니다.
직장과 항문 사이의 약 4cm 정도의 길이를 가지고 있는 부분인 항문관내에는 원활한 배변 활동을 위해 압력과 충격을 흡수하고, 변실금을 방지해주는 쿠션 역할을 하는 조직이 있습니다. 혈관과 점막, 근육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쿠션 조직이 오랜 시간의 배변 활동과 압력,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탄력이 감소되고, 덩어리처럼 부풀어 오르고, 출혈이 생기며, 항문 밖으로 돌출되는 것을 치핵이라고 합니다. 치핵은 50대 이상의 성인의 경우 절반 이상이 질환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발생 빈도가 높은 질환입니다.
치핵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몇 가지를 꼽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유전, 생활습관
항문 혈관이 선천적으로 약해서 생기는 유전적인 요인이나, 나이가 들면서 항문의 혈액 순환이 나빠지고, 조직이 약해져 발생하는 경우, 해부학적 이상, 변비, 변을 볼 때 힘을 주는 습관, 장시간 변기에 앉아 있는 습관, 오랜 시간 앉아있는 자세, 설사에 의한 자극, 임신으로 인한 복압 상승 등이 치핵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계절
치핵은 요즘과 같은 겨울철에 급증합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피부와 근육을 비롯해 항문 주위의 혈관이 수축됩니다. 이로 인해 혈액 순환 장애가 발생하고, 항문 정맥 혈압이 상승하게 되면서 항문 모세혈관이 부풀어 오르고, 출혈과 통증이 더 심하게 됩니다.
· 과음
음주는 치핵 환자에게는 독입니다. 과음을 하게 되면 항문의 혈관이 팽창돼 항문의 피부나 점막이 부풀어 오르게 돼 치핵 발생 확률을 높이고, 악화 시킵니다.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 술을 많이 마시면 정맥이 확장되면서 혈관에 피가 몰려 혈전이 생기고, 이러한 혈전이 쌓여 덩어리가 항문 밖으로 나오게 되면 치핵이 됩니다. 그리고 술자리의 고열량, 고 콜레스테롤 안주는 소화가 잘되지 않아 변비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어 치핵이 있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치핵은 발생 부위에 따라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나뉩니다.
항문관의 중간 지점에는 톱니 모양의 ‘치상선’이라는 경계가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치상선 위쪽의 점막 조직에 발생한 치핵을 ‘내치핵’, 치상선 아래쪽의 피부조직에 발생한 것을 ‘외치핵’, 내치핵과 외치핵이 함께 발생한 것을 ‘혼합 치핵’이라고 합니다. ‘내치핵’은 통증 보다는 주로 ‘선홍색’의 출혈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외치핵'은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합 치핵’은 내치핵과 외치핵이 복합적으로 같이 발생한 것을 말합니다. 이외에 치핵은 항문이 찢어진 ‘치열’이나, 항문 안쪽 염증으로 구멍이 뚫려 고름과 분비물이 나오는 ‘치루’가 함께 동반될 수도 있습니다.
1. 치핵 1도 - 배변 시 치핵이 항문 밖으로 돌출되지 않은 상태로 출혈만 있는 경우
2. 치핵 2도 - 통증은 적으나 가끔 출혈이 있고, 배변 시에는 돌출되나 다시 들어가는 상태
3. 치핵 3도 - 배변 시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오며, 손으로 집어넣어야 들어가는 경우, 통증과 출혈이 잦아짐
4. 치핵 4도 - 밀려 나온 치핵이 손으로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고, 통증이 매우 심한 경우
치핵이 발생했다고 해서 모두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치핵 1도~2도의 경우 생활습관 교정과 같은 보존 적요법이나 약물요법 등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좌욕이나 식생활 개선 등의 보존적 요법이나 약물을 이용해 변을 무르게 해주거나, 항문 연고나 경구약 등을 이용한 약물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설사를 자주 한다면 치핵의 원인이 되고, 악화 시킬 수 있으니 치료를 받습니다. 주의할 점은, 본인 임의로 시판되는 좌약이나 연고, 변비약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반드시 병원을 내원해 치료받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치핵이 3기~4기인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치핵을 비롯한 치루, 치열 등 여러 항문질환을 예방하려면 항문을 청결히 유지하고, 음식을 가려 먹고, 바른 배변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비 예방을 위해 수분과 섬유질이 많은 과일, 채소, 해조류 등의 음식이나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복통을 일으키고 설사와 치핵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음주를 자제하고,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도 피하도록 합니다.
변의가 느껴지면 참지 말고 가급적 바로 화장실을 가는 것이 좋으며, 배변 시간을 길게 하는 책, 스마트폰, 신문 등을 보는 습관을 고치도록 합니다. 배변 시간은 3~5분 내외가 적당합니다. 배변 시에 과도하게 힘을 주지 않도록 하고, 배변 후에는 가능하면 휴지와 더불어 물로 잘 씻어내고, 잘 말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수시로 따뜻한 물을 이용해 엉덩이를 푹 담그고 3~5분 정도 좌욕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좌욕은 항문에 압력을 줄 수 있는 쪼그려 앉는 자세가 아닌, 변기에 앉는 자세나 편안한 자세로 좌욕을 해주어야 합니다. 좌욕은 항문 부위의 청결을 유지하고 혈액순환의 개선 및 항문 부위 충혈을 완화합니다. 또한 항문 괄약근의 긴장을 이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차가운 곳은 항문 혈관을 좁게 하고 혈액순환을 방해할 수 있어 앉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항상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배를 항상 따뜻하게 해줍니다. 과도한 근육운동이나 무리한 운동은 복압을 높일 수 있어 주의 해야하며, 평소에 장시간 앉아 있는 행위는 항문 정맥의 압력을 높이므로, 틈틈이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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