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은 무조건 낮춰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야 건강한 것은 아닙니다. 좋은 콜레스테롤(HDL)과 나쁜 콜레스테롤(LDL)의 비율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콜레스테롤 중 나쁜 콜레스테롤로 분류되는 LDL 콜레스테롤은 혈관벽 안쪽에 파고들어 각종 염증반응을 일으킨 후 덩어리처럼 뭉쳐져 혈관벽에 붙은 상태인 죽상경화반을 형성하거나 전체적으로 혈관벽을 두꺼워지게 합니다. 사실 혈관벽은 나무의 나이테가 늘어나는 것처럼 나이가 들면서 노화에 따라 저절로 두꺼워집니다. 그런데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면 여기에 추가적으로 혈관벽이 더 두꺼워지게 됩니다. 반면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벽에 쌓여 있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다시 빼내 제거하는 기능을 합니다. 최근 의료계는 고혈압과 당뇨는 물론, 치매까지 해결할 수 있는 공통의 열쇠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기능을 하는 혈관 콜레스테롤 청소부 'HDL’입니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상호작용을 하는 질환으로, 혈관건강에 매우 나쁜 영향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두 질환은 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인 치매의 대표적 위험 인자들이기도 합니다. 세 마리 토끼를 잡는 HDL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콜레스테롤 운반체인 LDL은 콜레스테롤을 혈관 내막에 쌓아 혈관을 좁아지게 만들고 혈압을 높이는 원인이 됩니다. 반대로, HDL은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되돌려 보내거나 몸 밖으로 배출해서 고혈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HDL은 혈액을 떠다니거나 혈관벽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치우는 역할을 합니다. HDL은 혈관 내피를 보호하고, 자체 항산화·항염증 기능을 통해 혈관 손상을 줄이기 때문에 고혈압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HDL의 역할은 대규모 연구에서도 확인됩니다. 정상 혈압을 가진 3110명을 H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5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고혈압 발병과의 상관관계를 14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수록 고혈압 발병률이 낮아졌습니다. 특히,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높은 그룹의 고혈압 발병 위험도는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낮은 그룹보다 최대 32% 줄었습니다. 정상 혈압 3988명의 HDL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의 상관관계를 10.7년 동안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도 고혈압이 발병한 사람들의 HDL 콜레스테롤 평균 수치는 51㎎/㎗인 반면, 고혈압이 발병하지 않은 사람들의 HDL 콜레스테롤 평균 수치는 54.5㎎/㎗로 더 높았습니다. 나이와 성별을 보정한 결과에서도 HDL 콜레스테롤이 가장 높은 그룹은 HDL 콜레스테롤이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고혈압 발병 위험이 약 38% 낮았습니다.
HDL은 당뇨 발병 위험률도 낮춥니다. HDL 콜레스테롤 수치와 당뇨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낮은 그룹의 당뇨 발병률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그룹의 평균 발병률 2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입니다. 또한, HDL 콜레스테롤 수치의 변동폭이 큰 사람들일수록 당뇨 발병 위험이 컸습니다. HDL 콜레스테롤 평균치가 가장 낮으면서 변동폭이 가장 컸던 그룹의 경우,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높고 변동폭이 가장 적은 그룹에 비해 당뇨 발병 위험이 40% 높았습니다. 전문가는 HDL 콜레스테롤 수치와 HDL 콜레스테롤의 변동폭은 당뇨를 예측하는 독립적인 인자이며,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그 수치를 안정되게 유지하는 것이 당뇨 위험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가톨릭대학 이승환 교수팀)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면 혈관성 치매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혈관 내막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터지는 과정에서 혈전이 생기고, 이로 인해 뇌세포가 죽는 과정이 반복되면 혈관성 치매가 생기는데, HDL은 콜레스테롤을 청소해 혈관을 넓고 건강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방하는 데도 HDL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뉴런 세포막 내에 콜레스테롤이 많을수록 치매를 유발하는 독성 단백질(베타 아밀로이드)이 많이 만들어지는데, HDL은 뉴런 세포막 내의 콜레스테롤 양을 감소시켜 독성 단백질 생산을 억제하고, 베타 아밀로이드와 직접 결합해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뇌 축적과 플라크 형성을 억제합니다. 또한 HDL 자체가 항염증 효과를 갖고 있어 뇌의 퇴화로 인해 발생하는 염증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땅콩, 호두, 아몬드, 잣, 피칸, 캐슈넛 같은 견과류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서 LDL을 낮추고 HDL 수치는 높여줍니다. 연어, 고등어, 꽁치, 정어리 같은 등푸른 생선도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합니다. 혈전을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양파도 HDL 수치 증가에 도움을 줍니다. 강황은 중성지방과 LDL 콜레스테롤을 억제해서 지방간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HDL 수치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나이아신(비타민 B3)는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은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생선, 쇠고기, 달걀, 통밀, 우유, 녹색 채소, 과일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지중해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방 섭취가 많지만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 식물에서 추출한 올리브유는 LDL을 감소시키고 HDL 수치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식이섬유와 이소플라본이 풍부한 콩은 LDL 수치를 낮추고 HDL를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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